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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정치로 인한 사회의 분열, 그 너머의 진실을 향하여

architect-v 2025. 6. 17. 20:02

 

이분화된 세상, 그 너머의 진실을 향하여

요즘 거리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오가는 대화들을 들어보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부정선거가 확실하다", "민주당은 사실상 공산당이다", "나라를 중국에 팔아먹고 있다"는 말들이 마치 기정사실인 양 회자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들 뒤에는 대개 구체적인 근거보다는 감정적인 확신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확신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이나 SNS 게시물에서 시작된 것들임을 발견하게 된다.

세대별로 나타나는 극단화의 양상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과거 지역에 따른 정치적 대립 구도가 이제는 세대와 계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이런 극단적 사고가 20대에서 30대 남성과 60대 이후 노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정치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보다는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에 나와 직접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세금 부담을 체감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세금을 더 많이 걷는 좌파 정당"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내 부모의 돈을 뜯어가는 좌파'라는 프레임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부동산 정책, 현재가 만들어진 트리거

약 10년 전 부동산 정책을 한번 돌아보면, 현재 상황이 단순히 최근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전후 이명박 정부 말기와 최저금리 시절의 대출정책을 떠올려보자. 그때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제발 좀 집을 사달라"며 대출을 엄청나게 풀어줬다. 나는 사실 그 시기가 현재 부동산 문제의 최초 트리거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19년 코로나 팬데믹은 정부의 대규모 현금 공급으로 시중 유동성을 폭발시켰고, 이 자금은 당시 폭락하던 주식시장보다는 자연스럽게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당시 어떻게든 투자에 나선 사람들의 자산은 상당히 증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크게 오른 자산을 가진 입장에서는 현재의 정권 교체로 인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진보정권에 대한 경계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다.

각종 세금 정책이나 부동산 규제가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올려놓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다. 다만 이것을 특정 정권만의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돌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강남 부유층의 이중적 태도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경제에 밝다고 여겨지는 강남의 부유층조차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선택적 사고를 보인다는 점이다. 나는 2014년에 강남 아파트를 장만했다. 요즘 말로 '영끌'하여, 주변에서 사지 말라고 만류하는데도 1.9%대의 금리로 과감하게 투자했다. 지금 보면 믿기지 않는 저금리였지만, 그때 만난 부유층들은 이미 이런 유동성 증가를 예측하고 있었고, 그 결과 다주택자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출 규제, 양도소득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초과이익환수제, 임대차 3법 개정 등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중 일부는 내가 평가할 때도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정책적 실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넘쳐나는 유동성은 풍선효과를 가져와 결국 그들의 재산에는 실질적 손해가 없었고, 오히려 더 많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프레임에 갇혀 "불필요한 세금 정책을 남발한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해당 정부와 정당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복잡한 심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질적인 이득을 취하면서도 이념적 혹은 정치적 이유로 특정 정책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노년층에 대한 다른 맥락의 이해

한편 70대 이후 노년층의 경우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소외감, 그리고 과거에 대한 향수와 현재에 대한 불만이 뒤섞이면서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몸소 겪어온 세대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급변하는 정보 환경에서는 오히려 취약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과 기억들이 때로는 편견이 되어 현재의 현실을 정확히 보는 것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잃어버린 민주주의 교육의 가치

40대 후반인 나는 독재의 그늘을 아주 잠깐이나마 겪었다. 그 시절 초중고등학교에서 받은 정치와 사회 교육은 지금 돌이켜보니 참으로 정확하고 명확했다.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본질적 구분,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수용'에 대해 분명하게 배웠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존중하고,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교육은 나의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 중 일부는 이런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들을 체화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것 같다. 독재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과 취약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저 단순한 프레임에 갇혀 복잡한 현실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간극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정치적 대화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들은, 끊임 없는 대화로 풀어가는 것 보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시대의 강력한 물리력 오히려 국가를 부양하게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미디어 생태계의 왜곡과 악마화 현상

현재 우리 사회 분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정보 생태계의 왜곡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편향된 내용으로 가득한 유튜브 채널들, 사실 확인 없이 퍼지는 SNS 게시물들이 사람들의 인식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언론보다 이런 새로운 미디어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부정선거"나 "반국가세력" 같은 극단적 주장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증거 없이 추측과 의혹에 기반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부에 대한 '악마화' 현상이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과장해서 상대방을 매도하는 것은 건전한 비판과는 전혀 다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적으로 여기거나 인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 시민의 모습이 아니다.


현 정부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

어떤 정부든 완벽할 수는 없고, 비판받을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건설적이어야 한다. 현재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큰 흠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옹호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악마화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의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이지, 감정적인 매도가 아니다.

언론과 미디어의 책임을 묻는다

언론과 미디어들도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고, 편향된 정보로 특정 집단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언론의 본분이 아니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다양한 관점을 균형있게 제시하는 것이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다.

특히 유튜브나 SNS 같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책임도 크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그만큼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사회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다.

다시, 다양성을 품는 사회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잠깐 멈춰서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이 정말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감정에 휘둘려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 내가 접하는 정보의 출처는 신뢰할 수 있는가?
- 이 정보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가?
- 나는 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는가?
-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양성의 존중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진정한 모습이다. 단순히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젊은이든 노인이든, 부자든 서민이든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말이다. 이분화된 사고는 사회를 갈라놓고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마무리

이분화된 세상은 거울과 같다. 그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보고, 때로는 반성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우리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대화할 수 있다면, 이 분열된 사회를 넘어 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변화이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이 쉽사리 나뉘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인 것 같다.

 

이정도의 분열 정도라면 좋지 않을까?